명차

[스크랩] BMW 뉴 Z4 로드스터 스페인 현지시승

최창호 2009. 4. 14. 17:35

 

 

BMW가 공들여 개발한 신형 Z4 로드스터를 멀리 스페인 알리칸테까지 날아가 타보았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거쳐 장장 24시간이나 걸린 여정이었지요. 만신창이가 돼서 도착했지만, 남부 유럽 휴양지 특유의 따뜻한 날씨 덕분인지 하룻밤 자고 나니 컨디션이 거뜬해졌습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서 한 시간 가까이 떨어진 컨벤션 센터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이었습니다. 황금빛 보디컬러의 뉴 Z4 로드스터 수십 대가 일렬로 줄지어 늘어서있었는데요, 옆 차와의 간격에서부터 앞줄과 세워놓은 각도에 이르기까지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어 보이더군요. 줄자를 갖다 대고 일일이 측정해가며 주차해놓은 것 같았습니다. 중증 강박증 환자가 아니고서는 절대 이런 짓을 할 수 없지 싶더군요. 

 

 

 

 

일단 시각적 충격을 한 차례 받은 다음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보니 지난 1992년 데뷔했던 Z3와 2002년 태어난 구형 Z4, 그리고 이번에 등장한 신형 Z4가 나란히 서있었어요. 보디라인의 변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Z3의 여성스럽고 부드럽던 클래식 라인은 Z4로 옮겨오면서 메탈릭한 느낌으로 변했고, 이어 이번에는 화려한 톤으로 다시 탈바꿈했습니다. 구형 Z4의 사이드라인(쾌걸

조로의 칼자국처럼 Z자가 눈에 들어오지요)은 여전히 디자인 하이라이트였어요. 그래도 여전히 내 눈에는 Z3가 예뻐 보였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스페인 알리칸테의 산악 와인딩 코스에서 뉴 Z4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어요. 더블 클러치 7단 스텝트로닉 기어레버 왼쪽의 DDC(Dynamic Drive Control)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로 맞추면 스티어링과 가속 페달 반응은 한층 직관적으로 변합니다. 마치 드래그스터 같은 기분이죠. 물론 이 차의 오너들은 '노멀' 모드를 가장 많이 쓰게 될 텐데요, 변속 시점이 다소 느려져 스포티한 맛은 확연히 떨어질 겁니다.

 


 

뉴 Z4 로드스터의 최상위 모델인 s드라이브 35i를 이끄는 엔진은 직렬 6기통 3.0리터 트윈터보. 사운드는 역동적이며 경쾌하고 발랄합니다(좋은 말은 다 동원된 것 같네요^^). 이 엔진은 두 개의 터보 차저가 각각 세 개씩의 실린더에 압축공기를 공급하는 방식을 처음 채택했어요. 응답성이 빨라졌죠. 1천300~5천rpm에 걸쳐 40.8kg·m의 토크를 유지합니다.

 

 

승차감은 분명 달라졌어요. 코너를 채 파고 들기도 전에 먼저 달려들어 콱 물어뜯는 게 BMW의 미덕인데, 뉴 Z4는 그 순간 잠시나마 망설이는 느낌이었습니다. 90도 이상으로 꺾인 급커브를 공략할 때는 반에 반 박자 정도 지연되는 맛. 퍼포먼스 자체보다는 느낌과 감각이 달라진 것일 가능성이 커요. 스티어링 반응은 사실상 아주 훌륭했습니다. 달려나가는 실제 순발력은 말할 나위도 없고요. 다만 늘어난 체중과 부드러워진 승차감 때문인지 세 시간 넘게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는 다소 피곤하게 느껴졌습니다.

 

 

뉴 Z4는 좋은 차임에 분명하지만, 와인딩 로드의 왕자는 변함없이 포르쉐 박스터 S의 차지였어요. 뉴 Z4는 유럽의 좁은 산악도로보다 좀더 여유로운 캘리포니아 해안도로와 더 잘 어울리지 싶었습니다. 나중에 북미 시장에서 벤츠 SLK 만큼 팔리는 걸 목표로 한다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귀띔을 듣고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뉴 Z4 디자인은 BMW 뮌헨과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의 모든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거쳐 채택됐답니다. 모든 디자이너들은 익명으로 작품을 제출했다지요. 그 만큼 공정한 평가 과정을 거친 셈입니다. 한데, 공교롭게도 채택된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는 모두 여성. 냉정한 표정의 소유자인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율리아나 블라시와 푸근한 표정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나디아 아나오트는 하나 같이 '섹시한 라인'을 강조했어요. 율리아나는 "운동 선수들의 아름다운 육체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했고, 나디아는 "여성의 몸매를 떠올리며 곡선을 그렸다"고 했거든요. 안팎 모두에 여성적 섹시함이 살아있다니, 이 차야말로 진정 남자들을 위한 차인 셈인가요?

 

 

좀더 무거워지고 좀더 부드러워진 뉴 Z4의 운전감을 아쉬워하는 BMW 퍼포먼스 마니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에게는 틀림없이 어필할 것 같았어요. 마니아들의 바람과 시장 흥행성과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갭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BMW 로고를 보고 이 차를 선택한 오너들은 고급스러운 감각에 만족할 것이고, 로드스터를 보고 이 차를 구입한 이들은 조금 무겁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아무튼, BMW의 바람대로 흥행성은 상당해 보입니다.


아, 중요한 사실 하나. 뉴 Z4는 구형과 달리 독일 레겐스부르크 공장에서 3시리즈 컨버터블과 함께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만들었던 구형보다 미국적 풍요로움이 한결 강하게 느껴진 건 왜일까요?

 

 

※ 뉴 Z4에 대한 보다 자세한 시승기는 <톱기어> 5월호를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출처 : BMW 뉴 Z4 로드스터 스페인 현지시승
글쓴이 : 톱기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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