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wd

[스크랩] 랠리황제, 미쓰비시 파제로 타보니

최창호 2009. 4. 10. 17:33

 랠리의 황제로 불리는 미쓰비시 파제로를 시승해 보았습니다. 파제로, 오프로드 마니아들에게는 상당히 유명한 차종이죠. 1982년 1세대가 출시되면서 현재 4세대 파제로가 발표되기까지 25년간 다카르 랠리에 참가해 연속 7회 우승을 포함해 총 12회 우승을 차지한 차종이기도 합니다. 실제 미쓰비시는 랠리를 통해 얻은 주행 기술 및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양산차에도 적용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파제로는 과거 현대정공 오프로더인 갤로퍼 전신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엄밀하게 보면 현대 테라칸도 파제로의 후예나 다름 없는 셈입니다. 따라서 파제로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주변 몇몇 오프로드 마니아들은 흥분하더군요.  

 

 참고로 시승기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시승기를 작성하시는데, 제 아무리 객관적이라도 해도 시승기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잘 아실 겁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시승기도 마찬가지구요. 더불어 제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의 시승기라 할 지라도 참고사항이지 절대 신뢰사항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모든 시승기가 마찬가지일 겁니다. ㅎㅎ


▲ 스타일과 인테리어

 

지극히 남성적입니다. 스타일은 워낙 호불호가 달라 사진을 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토캠핑을 즐기는 편이어서 남성적인 SUV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입니다. 참고로 '파제로'는 '산고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헤드램프의 디자인이 산고양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 있더군요. 큼직한 게 마음에 들더군요.

 

측면은 직선과 면이 주를 이룹니다. 볼륨이 들어간 펜더와 사이드 캐릭터라인, 비교적 넓게 자리한 창문도 이 차의 성격을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죠. 방향지시등은 아웃사이드 미러에 부착돼 있습니다. 

 

 

 뒷모습은 예비타이어가 외부로 노출돼 오프로더의 멋을 느끼게 합니다. 이를 두고 일부 논란이 있습니다. 요즘 SUV는 대부분 예비타이어를 트렁크 아래로 감추는 경향이 있죠. 그러나 파제로는 테일 게이트에 부착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통 오프로더라면 외부로 돌출돼 있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테일게이트가 넓어 리어램프는 크기가 조금 작은 편이죠. 그래서 자칫 후방에서 추돌할 수 있음을 대비해 윈도우 상단과 테일게이트에 스톱 램프가 추가로 마련돼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외모와 달리 고급스럽습니다.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볼륨스위치, 우측에는 오토크루즈 버튼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실린더 타입의 계기판은 지침이 짧아 강인해 보이는군요. 로직 타입의 센터페시어는 간결한데, 공조장치만 로터리 타입의 레버로 작동하도록 돼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이미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변속레버가 무척 크더군요. 한 손에 잘 잡히지 않지만 사각형에 가까운 형태여서 마치 항공기 조종레버를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변속레버 옆에는 구동방식 조절 레버가 있는데, 2H-4H-4HLc-4LLc 네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평소 2H(2WD)로 운행하다 다소 험로에선 4H(4WD)로 바꿀 수 있고, 거칠고 미끄러운 노면에선 4HLc에 놓으면 된다. 트랙터 못지않은 강력한 견인력이 필요할 때는 4LLc 모드를 사용하면 됩니다. 저는 4HLc까지만 사용해 봤는데, 이 정도만 돼도 어지간한 험로는 모두 주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마다 시승을 하면서 주요 특징으로 보는 부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늘 오디오를 관심 있게 보는 편입니다. 미쓰비시는 오디오로 '락포드' 브랜드를 사용하죠. 파제로에는 락포드 어쿠스틱 프리미엄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최대 860W의 고출력 앰프와 12개의 스피커가 강력한 사운드를 냅니다. 실제 시승 도중 오디오를 켰는데,  음질의 명료함에 살짝 놀랐습니다. 

 

참고로 뒷좌석은 넓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형 SUV이니 공간은 넉넉한 편이지요.


▲ 성능 & 승차감


3.2ℓ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탑재돼 있습니다. 최고출력은 200마력(3,200rpm), 최대토크는 45㎏.m(2,000rpm)입니다. 5단 자동변속기죠. 처음 시동을 걸었더니 디젤 밸브소리가 들려 옵니다. 디젤임을 알 수 있죠. 물론 요즘 수입 디젤세단은 조용한 편입니다. 그에 비해서 크게 조용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 모든 차는 만들어질 때 컨셉트라는 게 있는데, 파제로는 정통 오프로더 성격을 지니고 태어난 차이지, 조용하게 내달리는 차가 아니기 때문이었죠.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자동차에 있어 소리를 모두 없애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인가는 생각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소리를 없애기보다 듣기 좋은 소리로 바꾸는 노력이 더 낫다는 얘기죠.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면 차가 즉시 반응합니다. 엔진의 응답이 디젤답지 않게 빠르네요. 동시에 차의 움직임도 큽니다. 몸집이 커서 한번 움직이면 순간 제어할 때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죠. 그래서 페달을 밟을 때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이 상당히 무겁습니다. 국산차처럼 대형 SUV도 손가락으로 돌릴 수 있을 만큼 가볍지 않다는 얘기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미쓰비시의 도심형 SUV인 아웃랜더도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이 무거운 편이었는데, 전반적으로 미쓰비시가 유럽식 핸들링을 추구하는 것 같더군요. 물론 저는 가벼움보다 묵직함을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아니신 분들도 적지 않죠. 역시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부분이라는 얘기죠.  

 

 

 속도를 내봤습니다. 시속 120㎞까지는 가뿐하더군요. 저속에서 디젤엔진음이 실내로 일부 유입되지만 그 정도 가지고 흠 잡을 수 없을 겁니다. 시속 50km를 넘어서니 풍절음과 섞여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속도는 시속 120km 이상을 충분히 내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오프로더는 고속으로 달리는 차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속 100㎞ 유지를 하면서 승차감을 느꼈습니다. 편안하더군요. 변속충격도 거의 없구요. 근래 들어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 나오는 차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변속충격이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변속이 보다 세분화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겠죠.

 

 시내에서는 2WD를 사용했습니다. 뒷바퀴굴림이어서 회전반경이 짧더군요. 택시보다 짧게 돌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파제로는 오프로드를 달려야 제맛이죠. 그래서 영종도 인근을 찾아 열심히 밟아 보았습니다. 오프로드에선 4WD로 전환했는데, 모래와 자갈이 섞인 도로에서 거침없이 달리더군요. 다카르 랠리의 황제라는 별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니라는 점을 새삼 느꼈죠. 특히 오프로드에서 보여준 승차감이 좋습니다. 불규칙한 노면이지만 비교적 적은 충격은 거의 대부분 흡수해 버립니다. 

 

 미쓰비시에 따르면 구동레버를 4LLc에 놓으면 35도의 가파른 경사도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35도는 아니지만 30도에 가까운 흙더미에 올라봤습니다. 되더군요. 하지만 45도까지 기울기를 견뎌낼 수 있다는 점은 45도 경사로를 찾지 못해 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에 꼭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등판능력을 경험하니 경사로 능력 또한 신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차고가 높아 급격한 코너링은 자제했습니다. ASTC 기능이 있어 코너 주행 시 오버스티어 또는 언더스티어가 감지되면 브레이크 시스템을 제어하지만 기본적으로 높이가 있어 급격한 코너링은 뛰어난 운전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자제하는 게 최선이죠.

 

 선루프는 무척 넓었습니다. 앞좌석은 물론 2열 앞부분까지 이어져 있네요. 마치 파노라마루프 느낌을 줍니다.  오토크루즈 컨트롤은 기본이고, 2열은 6:4 분리형이죠. 뒷좌석은 수동으로 에어컨을 조절할 수 있고, 아웃도어를 위해 트렁크에 소켓이 위치해 있습니다. 마치 어디든지 ‘떠나고 싶으면 파제로와 함께 떠나라’고 종용하는 것 같네요.

 


▲ 결론

 

파제로를 타면서 느낀 것은 ‘역시 정통 오프로더’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온로드 주행성도 상당히 보강했다는 생각도 있었는데요, 지구상의 포장도로가 1%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지만 자동차의 90%가 1%의 포장도로를 주행함에 비춰 파제로도 승용 감각이 많이 보강된 것이죠. 후드 판넬을 알루미늄으로 사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럼에도 파제로 본연의 오프로더 성격은 극명합니다. 시승 내내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깊은 계곡에서 모닥불 피워 놓고 밤하늘의 다이아몬드 같은 별을 헤아리는 멋을 즐기고 싶더군요. 참고로 연료효율은 ℓ당 10.4㎞구요, 오프로드와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시승을 권하고 싶네요. 앗, 가격이요? 6,500만원입니다. 환율로 조금 올랐네요.

 

 

 

 

 

출처 : 랠리황제, 미쓰비시 파제로 타보니
글쓴이 : 드래곤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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