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wd

[스크랩] 닛산 로그 vs 르노삼성 QM5 vs GM대우 윈스톰 맥스

최창호 2009. 2. 16. 17:27

The Real Competitors

 

닛산 로그의 해외 시장 경쟁 모델들을 한국에서 만난다면 과연 어떨까? 장소가 바뀌었다고 해서 상품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한국 시장에서 로그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수입차라는 타이틀이 전부였다

 

 

 

한국에서 자칭 프리미엄을 주장하는 닛산에게는 여기 두 친구들이 꽤나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르노삼성 QM5와 GM대우 윈스톰 맥스를 로그의 상대로 고른 것은 과연 우리의 실수였을까? 우리는 로그의 상대를 찾으면서 국산차를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로그는 스스로가 주장하는 것만큼 글로벌 제품 경쟁력을 가진 동급의 국산차보다 뛰어날 요소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터무니없이 황당한 국산차를 고른 것은 아니다. 이 둘은 5인승 콤팩트 SUV이지만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와 다른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지녔다. 또한 해외 시장에서 로그와 직접적으로 맞붙을 수 있는 지위를 갖고 있다. 르노 콜레오스로 유럽에 수출되는 르노삼성 QM5는 현지에서 닛산 로그의 유럽 버전인 캐시콰이보다 고급 버전으로 통한다. 둘은 심지어 같은 C 플랫폼을 사용하는 배다른 형제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오펠과 복스홀 안타라로 팔리는 GM대우 윈스톰 맥스도 캐시콰이보다 저렴하지 않다. 물론 로그는 캐시콰이와 형제차지만 오직 미국 시장만을 겨냥했다는 점에서는 다른 차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미국 기준으로 GM대우 윈스톰 맥스의 형제차인 새턴 뷰와 놓고 비교해보면 네바퀴굴림 옵션을 더할 경우 둘 다 2만7천 달러 부근에서 경쟁한다. 유치하게 가격 비교를 통해 누가 비싸고 싼지 따져보자는 게 아니다. 또한 한국 닛산의 수입가격을 논하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한국 닛산이 이번 비교 자체를 달갑지 않게 여길 만큼 국산 동급 SUV들의 품질이나 성능이 로그에 뒤지는 게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말하려는 것뿐이다.

 

먼저 석 대를 나란히 놓고 세련미를 앞세운 로그의 외관부터 뜯어보았다. 무라노를 닮은 뒷모습과 쿠페 느낌을 주는 매끈한 사이드, 뚜렷한 개성은 없지만 무난함이 이 차의 첫인상이다. 하지만 놀랍도록 닮은 느낌을 주는 QM5로 시선을 옮겨보면, 깔끔하다고 여겼던 로그의 프런트는 너무 심심하게 느껴진다. QM5와 로그의 마스크는 극 과 극을 달린다. 한쪽은 너무 괴기스럽고 한쪽은 너무 얌전하다. 같은 플랫폼을 깔고 있는 이 패밀리 중에서는 그나마 유럽에서 보았던 캐시콰이가 가장 또렷한 개성을 지닌 듯하다. 어느 한쪽에 좋은 점수를 주기 망설여지는 찰나에 디자인적인 부분에선 윈스톰 맥스의 역량이 두드러진다. 앞뒤 모두 강인하고 단단해 보인다. 로그와 QM5가 17인치 휠을 낀 반면에, 맥스는 18인치 알루미늄 휠을 달고 사이트 벤트를 더하는 등 셋 중 가장 스포티한 자세를 연출한다. 크기는 어림잡아 로그가 가장 두툼해 보이고, QM5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물론 둘의 휠베이스는 2천690밀리미터로 같다. 맥스의 휠베이스는 2천705밀리미터로 7인승까지 고려한 모델답게 넉넉하다.

 

로그 : ‘수입차’에는 정말 별 것이 없다. 로그의 검소한 인테리어 덕분에 이익을 본건 다른 아닌 QM5다

 

사실 외관 디자인이야 상대적으로 주관이 개입되기 쉽다. 하지만 로그에서 찾고자 했던 요소는 ‘수입차’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특별히 뛰어나거나 나은 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인테리어에서 우열이 갈라졌다. 로그와 QM5의 실내 느낌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허나 고급성에서 상당한 차이가 보인다. 미국 지향적인 로그는 반드시 필요한 것만 갖추고 있다. 프리미엄이라는 표현보다 유틸리티 쪽 이야기를 해야 한다. 럭셔리 하다는 느낌은 오히려 QM5 쪽이 강하다. 물론 둘 다 소형차에나 어울리는 구성을 지녔지만, 옵션과 장치 등에서 로그는 QM5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QM5 : 이제는 초창기 낯설었던 모습보다는 많이 익숙한 느낌.

그래도 소형차 같아 보이는 가구 배치는 시대가 흘러도 어쩔 수 없음

 

로그가 자랑하는 것들은 QM5에도 모두 들어가 있다. 심지어 보스 서라운드 오디오는 QM5 쪽 음질이 조금 더 우세하다. 공조기 장치 등 로그에서 아날로그적으로 풀어낸 장치들은 QM5에서 모두 디지털로 표현되고 있다. 게다가 QM5에는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달려있으며 조이스틱으로 조종되는 내비게이션까지 있다.

 

로그는 뭐가 있지? 가죽시트에 붉은색 스티치 라인과, 패들 시프트(CVT인데도?)가 준비돼있다. 그리고 오거나이저 기능을 갖춘 수납함 정도? 세상에, 이 차에는 ECM 룸미러도 없다. 프리미엄을 내세우면서 정작 자랑할 게 실내 수납함이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얄밉게도 QM5에도 그만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은 넘친다. 로그와 마찬가지로 센터콘솔 안에 분리형 수납박스까지 갖추고 있다.

 

윈스톰 맥스 : 나름 오펠의 핵심 멤버이기 때문에, 독일과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구도와 컬러를 갖췄다

 

윈스톰 맥스의 인테리어는 서로 닮아 보이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집안의 둘과는 다른 세계다. 가구 배치는 철저한 유럽 지향형이다. 오펠 차에서 자주 보이는 엄청난 버튼들이 이 차의 센터페시아에도 그대로 인용되고 있다. 조금 단축시키면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플라스틱 내장재나 제품 결합 마무리 등에서 앞선 두 모델과의 격차가 느껴진다. 보기 좋은 떡이 반드시 먹기에도 좋은 법은 아닌 듯하다.

 

 

왼쪽부터 로그, QM5, 윈스톰 맥스


어쨌든 인테리어에서 로그의 뛰어난 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경쟁 모델을 멀찍이 떨어뜨려놓을 수준은 결코 아니다. 여기 시승차로 나온 네바퀴굴림에 좋은 옵션을 지닌 로그를 살 정도면 세금을 포함해 못 줘도 4천만 원 가까이를 줘야 할 텐데 그보다 1천만 원이나 싼 국산차들에게 밀린다면 물 건너온 보람이 없지 않은가? 그래도 달리는 재미에서 장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로그 : QM5와 친밀감을 공유하는 두터운 우정. 다만 미국인을 너무나 좋아하는 이유로 광활한 대륙용 달리기에선 일등


로그에 올라타보면 가장 먼저 푹신한 쿠션을 자랑하는 시트부터 만나게 된다. 엉덩이에 닿는 첫 느낌이 참 좋다. 계기판은 실린더 타입으로, 가운데 원형 디지털 게이지를 갖췄다. 시인성은 무난하지만, 계기판 조명이나 트립을 조절하기에는 약간 불편하다. 운전 시야는 콤팩트 SUV답게 훌륭하다. 일단 달려나가기 시작하면, 로그는 겉에서 보이는 순진한 모습과는 달리 꽤 민첩함 몸놀림을 보여준다. 시승차는 168마력짜리 QR25DE 2.5리터 휘발유 엔진에 6단 CVT를 갖추고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더했다. 엔진과 변속기는 QM5 2.5리터 휘발유 시티 버전과 동일하지만 QM5 씨티는 앞바퀴굴림만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로그는 시작부터 경쾌하다. 타코미터가 끈질기게 상승하는 과정 속에서 무단 변속기는 촘촘하고 연속적인 변속을 수행한다. 시속 100km 정도는 2천rpm 이하로 항속할 수 있다. 허나 공인연비가 리터당 10.7킬로미터라고 하는데, 의외로 기름 먹는 속도가 빠르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수동 변속모드로 바꿔볼 수 있으나 사실 기분상의 문제다. 매우 단단하게 죄여있는 하체를 바탕으로 엄청난 토크를 지닌 모델이라면, 수동모드로 시프트 업다운을 번갈아 가며 즐기겠지만, 엔진도 그렇지 못하거니와 하체는 말랑말랑한 정도가 조금 심하다. 물론 VDC와 연계된 똑똑한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있다지만, 이 차는 그냥 도심 달리기와 적절한 코너 공략에는 제법 민첩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QM5 : 로그랑 밀접하게 닮아있는 달리기 성격. 하지만 QM5가 보다 더 한국인을 좋아한 나머지 물렁거리는 승차감에선 단연 선두

 

QM5로 옮겨 타보니 시트에 닿는 감각이 로그와 닮아있다. 스티치 라인만 없을 뿐이지 시트 크기와 형상도 비슷하다. 다만 계기판의 시인성이라든가, 운전 중 기기 조작의 용이성과 거주성에서는 QM5가 앞선다. 여기엔 디젤 2.0DCi 150마력 엔진이 자리해있고, 6단 자동기어로 움직인다. 디젤이니 만큼 가속력이나 정숙성 면에서 두 차를 비교하기가 애매하다. 디젤답게 스트레스 없이 시작부터 중반 가속까지 밀고 나가는 맛이 좋다. 하체는 로그와 마찬가지로 QM5도 조금은 물컹한 편에 속한다. QM5에도 닛산의 전자식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달려있기에 로그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그립력은 QM5 쪽이 조금 더 좋다. 타이어는 로그와 같이 225/60 R17를 끼웠지만, 브랜드가 다르다. 또한 QM5에는 로그에는 없는 스피드 리미터가 달려있고, 경사로 내리막 속도 조절 장치인 HDC까지 포함돼있다. ‘4WD LOCK’을 걸면 꽤 쓸만한 오프로드 능력을 즐길 수 있는데, 이미 험로주행에서 경험한 바 있다.

 

윈스톰 맥스 : 독일이나 유럽인들이 반기는 차. 한국적 세팅이라는 짜증적인 요소가 섞이긴 했지만

그래도 와인딩에서는 제일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차


윈스톰 맥스의 시트는 좁고 타이트하다. 경쟁 모델들과 달리 기어레버 포지션이 허벅지보다 아래로 내려가 있고 인테리어 덩어리가 오너를 끌어안는 느낌을 준다. 150마력 VCDi 엔진의 발진가속은 세 모델 중 가장 뛰어나다. 로그에 비해 단단하게 죄어진 하체는 유럽지형에 어울리는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코너에서 세 모델 가운데 가장 오너에게 부담을 덜 주었다. 한편 윈스톰 맥스도 QM5처럼 HDC를 갖췄다. 독일 잡지들의 평가에 따르면 오펠 안타라의 오프로드 능력이 나쁘지 않았다. 결국 셋이 험로에 뛰어들면 살아나올 차는 둘뿐이다.

 

 

석 대를 놓고 보니 한국 닛산이 로그의 퍼포먼스를 너무 부풀렸다는 생각이 든다. 로그는 물론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정도로 좋은 차다. 주된 용도인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고, 가끔 레저를 즐기거나 도심에서 출퇴근하는 정도만 만족시키면 그만이다. 문제는, 그런 용도는 여기 나온 두 모델들도 각자의 경쟁 국가에서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닛산의 모든 모델이 GT-R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닛산은 미국에서 현대나 토요타와 경쟁하고 있는 대중적인 닛산 모델들에게조차 오만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수입차니까’라는 생각을 계속 이어가기엔, 한국차가 너무 성장했다. 특히 로그와 같은 콤팩트 SUV 분야에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QM5와 윈스톰 맥스가 로그보다 못난 점은 결국 ‘수입차냐 아니냐’라는 것이다. 자동차 자체로 보면 로그는 그들과 제대로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논란은 점점 더 우스워지고 있다. 로그를 사면 르노삼성 ESC 사업부에서 일부 경정비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국산차 부품과 호환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국산차와의 경쟁은 부정하는 아이러니한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번 비교를 위해 르노 콜레오스 버전과 오펠 안타라 버전도 요청해서 구해보고 싶었다. 그러면 한국 닛산도 인정할 공정한 경쟁이 되었을까? 한국 닛산은 로그가 혼다 CR-V처럼 팔려주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CR-V를 타본 사람이라면 이 차를 잡아줄 사냥꾼은 로그가 아닌 아마 머지않아 등장할 토요타 RAV4라고 여길 것이다. 결국 닛산이 한국에서 큰 돈을 벌려면 그들의 주력인 큐브 같은 소형차를 팔아야 한다. 그런데 큐브마저도 프리미엄으로 둔갑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황인상 | <톱기어> 한국판 에디터

 

 

GM DAEWOO WINSTORM MAXX
Tech: 4기통 1991cc 디젤 터보, 150마력, 32.7kg·m, 1848kg, AWD, 5단 자동
Performance: 0→시속 100km 가속 N/A, 최고시속 N/A, 연비 11.3km/ℓ
Price: 2996만 원

 

NISSAN ROUGE
Tech: 4기통 2488cc, 168마력, 23.4kg·m, 1605kg, AWD, 6단 CVT
Performance: 0→시속 100km 가속 N/A, 최고시속 N/A, 연비 10.7km/ℓ
Price: 3590만 원

 

RENAULT SAMSUNG QM5
Tech: 4기통 1995cc 디젤 터보, 150마력, 32.6kg·m, 1753kg, AWD, 6단 자동
Performance: 0→시속 100km 가속 N/A, 최고시속 N/A, 연비 12.2km/ℓ
Price: 3150만 원

 

출처 : 닛산 로그 vs 르노삼성 QM5 vs GM대우 윈스톰 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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