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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결혼하는 딸에게 `안 되겠으면 돌아오라`고 가르치는 엄마들

최창호 2013. 8. 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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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딸에게 참지 말라고 해."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어떤 엄마의 고백이다. 곁에서 듣고 있던 여자들 중 다른 한 명이 그이의 말을

거든다.

"나도 그래. 왜 참아야 돼? 똑같이 귀하게 키웠잖아? 공부도 많이 시켰고. 뭐가 부족해서 우리

딸이 참고 살아?"

안 되겠으면 집으로 돌아와라, 너 하나쯤은 책임질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여 딸의 마음을 편안하풀어

주는 친절은 덤이다.

 

두 엄마의 말인즉, 귀하게 키운 딸이 왜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고 꾹꾹 눌러 참으며 살아야 하느냐는

이다. 그래서 살다 안 되겠으면 돌아오라고 시킨다. 혹시 사후를 걱정하여 머뭇거리게 될까봐 '너 하

은 엄마 아빠가 책임질 수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식의 가르침이

딸의 인생에 참도움이 될까?   

 

 

결혼하여 아이를 둘씩이나 낳은 딸을 부득불 끌어안고 돌려보내지 않는 엄마가 있다. 그녀의 딸은 9년

아이 둘을 데리고 이혼했다. 당사자들보다 그녀의 뜻이 강경했다. "능력 없는 남자하고 살면 평생 그

팔자다. 그런 놈이랑 살 바엔 혼자 사는 게 백 번 낫다"며 딸과 사위를 갈라 놓았다. 딸이 경제적으로 고

통 받고 사는 꼴을 봐 줄 수 없다던 그녀는 사위를 뺀 나머지 셋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걱정 마라. 너희 셋 쯤은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했던 호언장담을 잘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 엄마는 딸과 손주들의 인생을 언제

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그리고 엄마가 조정하는 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의 딸은 친정부모에게 얹

혀 그렇게 사는 걸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엄마의 강요에 의해 이혼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 부부는 아직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친정마 몰래 만

나거나 집에서 빠져 나와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헤어져 있다 보니 더욱 간절한 것일

까. 그들은 타인의 개입으로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되돌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낌새를 알아 챈

그녀의 집요한 방해로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아직도 주변만 맴돌고 있다. 

 

 

"저는 왜 참고 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ME 주말 체험 중 결혼 6년 차인 젊은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던 말이다. 그동안 모두가 남편 탓이

라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했다. 그녀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

았다고 했다. 아버지가 부당하게 대접하거나 위압적으로 내리 눌러반격 한 번 못하고 돈을 벌어다 주

않아도 묵묵히 견뎌냈다. 그렇게 평생 희생하며 살던 엄마의 삶은 그녀의 반면거울이었다. 난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제가 왜 참아야 해요? 저요, 남들 다 부러워 하는 대학 나왔고 저희 부모가 저를 얼마나 귀하게 키웠는

데요. 그런데 제가 왜 희생해야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살아야 하냐구요?"

억울했다. 같이 돈 버는데도 집에 돌아와 남편보다 더 많은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것도, 남편보다 아기를

더 많이 돌봐야 하는 것도 다 부당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툭하면 남편을 닥달하고 괴롭혔다. 그러다

보니 가정이 항상 위태로웠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참 이기적이었다는 사실을 알

게 되었고 너그럽지 못한 자신으로 인해 그동남편이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고 했다.  

 

 

물론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며 사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그렇

다고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 수는 없지 않는가. 결혼이란 어느 정도의 희생이 전제되지 않으면 유

지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30년 가까이 남남으로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신을 깎아

는 아픔이나 노력없이 척척 맞을 리 있겠는가.

 

똑같이 귀한 사람들이다. 나 귀한 만큼 내 배우자도 귀하다는 걸 인정하고 내 몸 아끼듯 서로를 아껴주

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 아내로서의 의무감이나 남편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 아니다. 내 남편이니까,

내 아내니까 그러는 것이다. 내가 왜 그래야 하냐며 항변할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해 내가

먼저 희생하겠다고 생각하면 억울할 일도, 성낼 일도 없다. 세상 어떤 일도 공짜는 없다. 더우기, 사랑

을 지키는 일임에랴 말해 무엇할까.

 

안 되겠으면 참지 말고 돌아오라고 당부하는 엄마들도 그게 과연 딸을 위한 일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

다. 일단 남편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잘 살아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타일러야 하지

을까. 함께 살 수 없는 치명적인 이유가 있거나 서로 맞춰보려고 노력을 해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딸에게 미리부터 돌아올 여지를 만들어 준다는 건 부모된 자가 할 수 있는 처

이 아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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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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