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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딸에게 참지 말라고 해."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어떤 엄마의 고백이다. 곁에서 듣고 있던 여자들 중 다른 한 명이 그이의 말을
거든다.
"나도 그래. 왜 참아야 돼? 똑같이 귀하게 키웠잖아? 공부도 많이 시켰고. 뭐가 부족해서 우리
딸이 참고 살아?"
안 되겠으면 집으로 돌아와라, 너 하나쯤은 책임질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여 딸의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
주는 친절은 덤이다.
두 엄마의 말인즉, 귀하게 키운 딸이 왜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고 꾹꾹 눌러 참으며 살아야 하느냐는 것
이다. 그래서 살다 안 되겠으면 돌아오라고 시킨다. 혹시 사후를 걱정하여 머뭇거리게 될까봐 '너 하나
쯤은 엄마 아빠가 책임질 수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식의 가르침이
딸의 인생에 참도움이 될까?
결혼하여 아이를 둘씩이나 낳은 딸을 부득불 끌어안고 돌려보내지 않는 엄마가 있다. 그녀의 딸은 9년
전 아이 둘을 데리고 이혼했다. 당사자들보다 그녀의 뜻이 강경했다. "능력 없는 남자하고 살면 평생 그
팔자다. 그런 놈이랑 살 바엔 혼자 사는 게 백 번 낫다"며 딸과 사위를 갈라 놓았다. 딸이 경제적으로 고
통 받고 사는 꼴을 봐 줄 수 없다던 그녀는 사위를 뺀 나머지 셋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걱정 마라. 너희 셋 쯤은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했던 호언장담을 잘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 엄마는 딸과 손주들의 인생을 언제
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그리고 엄마가 조정하는 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의 딸은 친정부모에게 얹
혀 그렇게 사는 걸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엄마의 강요에 의해 이혼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 부부는 아직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친정엄마 몰래 만
나거나 집에서 빠져 나와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헤어져 있다 보니 더욱 간절한 것일
까. 그들은 타인의 개입으로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되돌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낌새를 알아 챈
그녀의 집요한 방해로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아직도 주변만 맴돌고 있다.
"저는 왜 참고 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ME 주말 체험 중 결혼 6년 차인 젊은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던 말이다. 그동안 모두가 남편 탓이
라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
았다고 했다. 아버지가 부당하게 대접하거나 위압적으로 내리 눌러도 반격 한 번 못하고 돈을 벌어다 주
지 않아도 묵묵히 견뎌냈다. 그렇게 평생 희생하며 살던 엄마의 삶은 그녀의 반면거울이었다. 난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제가 왜 참아야 해요? 저요, 남들 다 부러워 하는 대학 나왔고 저희 부모가 저를 얼마나 귀하게 키웠는
데요. 그런데 제가 왜 희생해야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살아야 하냐구요?"
억울했다. 같이 돈 버는데도 집에 돌아와 남편보다 더 많은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것도, 남편보다 아기를
더 많이 돌봐야 하는 것도 다 부당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툭하면 남편을 닥달하고 괴롭혔다. 그러다
보니 가정이 항상 위태로웠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참 이기적이었다는 사실을 알
게 되었고 너그럽지 못한 자신으로 인해 그동안 남편이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고 했다.
물론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며 사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그렇
다고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 수는 없지 않는가. 결혼이란 어느 정도의 희생이 전제되지 않으면 유
지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30년 가까이 남남으로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신을 깎아내
는 아픔이나 노력없이 척척 맞을 리 있겠는가.
똑같이 귀한 사람들이다. 나 귀한 만큼 내 배우자도 귀하다는 걸 인정하고 내 몸 아끼듯 서로를 아껴주
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 아내로서의 의무감이나 남편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 아니다. 내 남편이니까,
내 아내니까 그러는 것이다. 내가 왜 그래야 하냐며 항변할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해 내가
먼저 희생하겠다고 생각하면 억울할 일도, 성낼 일도 없다. 세상 어떤 일도 공짜는 없다. 더우기, 사랑
을 지키는 일임에랴 말해 무엇할까.
안 되겠으면 참지 말고 돌아오라고 당부하는 엄마들도 그게 과연 딸을 위한 일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
다. 일단 남편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잘 살아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타일러야 하지 않
을까. 함께 살 수 없는 치명적인 이유가 있거나 서로 맞춰보려고 노력을 해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딸에게 미리부터 돌아올 여지를 만들어 준다는 건 부모된 자가 할 수 있는 처신
이 아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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