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라세티 프리미어 유럽 수출 선적 기념식 및 디젤 모델 시승 행사
어제(2월 24일) GM대우 군산공장 인근 자동차 전용 부두에서 라세티 프리미어 유럽 수출 선적 기념식과 디젤 모델 시승 행사가 열렸습니다. 당일치기 행사라 서울에서 내려가야 하는 기자단 일행은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습니다. 8시에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타고 2시간을 달려 익산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서 일간지 기자들은 군산 부두까지 시승차를 타고 가고 전문지 팀은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대략 6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는데 인원은 많고 시승차는 한정되어 있고 하다보니 나눠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나봅니다.
군산항 부두에 도착하니 멀리서부터 선적하는 배가 보였습니다. 크기가 엄청나더군요. 그 앞에 라세티 프리미어(유럽에는 시보레 크루즈로 수출됩니다)가 빼곡하게 열을 맞춰 서 있었습니다. 여기서 운전 하시는 분들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차 세워 놓은 걸 보니 줄을 기가 막히게 잘 맞춰 놓았습니다. 이번 선적 물량은 2천대라고 하네요. 배는 4천, 5천대 정도 더 실을 수 있다고 합니다.
행사는 100여 명 정도가 참석해 조촐하게 치뤄졌습니다. GM대우 쪽에서는 마케팅 담당 릭 라벨 부사장과 홍보 담당 제이 쿠니 부사장 등이 참석했고, 그 밖에 이경옥 전라북도 행정 부시장과 문동신 군산 시장 등이 참가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인사말은 좋은 말만 이어졌습니다. 릭 라벨 부사장은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라세티 프리미어가 국가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라세티 프리미어가 경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군산 시장의 인사말은 조금 독특(?) 했습니다. 군산지역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GM대우 차 구입시 10% 할인 혜택을 시민한테까지 확대해주기 바란다며 릭 라벨 부사장에게 부탁하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인사말이 모두 끝나고 수출 1호차 서명식이 있었습니다. 위에 보이는 차가 수출 1호차 입니다. 처음 행사장 도착했을 때 이 차만 옆에 'Let the cruze begi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길래 뭔 차인가 했더니 서명식 차였습니다. 참석한 VIP들이 그 위에 기념 하는 말을 적을 수 있도록 보닛에 하얀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무슨 말을 적었는지는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당연히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적었겠죠~.
서명식이 끝나고 대기하고 있던 선적 차들이 줄줄이 배로 향했습니다. 이번 수출 되는 모델은 1.6, 1.8 휘발유 모델하고 2.0리터 디젤 모델입니다. 이전 라세티가 2002년 11월 출시된 이래 200만 대가 수출되었다고 하는데, 뒤를 잇는 라세티 프리미어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기대됩니다.
선적기념식을 마친 후 군산공장 홍보관에서 프레스 컨퍼런스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거창하지는 않았고 Q&A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릭 라벨 부사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바로 Q&A가 이어졌는데 역시나 질문이 안나오더군요. 이런 행사 참석하면 질문이 잘 터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오늘 행사의 메인은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이기 때문에 그에 관한 질문이 주로 나오는게 맞지만 어디 그렇게만 되겠습니까…. 차를 주로 보는 전문지 기자들과 달리 산업적인 측면을 다뤄야 하는 일간지 기자들은 현재 GM대우가 처한 상황이 더 궁금했을 겁니다. 처음에 질문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초반부터 그런 질문을 하기에는 마음에 걸렸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어느 한 기자가 '마지막에 하려고 해던 질문인데…'라는 양해의 말을 구하고 라세티 디젤이 아닌 GM대우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봇물 터지듯이 관련 질문들이 우수수~. 다들 눈치만 보며 참고 있었던게 분명합니다.
"본사 때문에 유동성 문제가 있을텐데 현재 GM대우의 상황은 어떤가?", "산업은행이나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GM본사 구조조정시 GM대우의 해외 판매 전략에 차질을 빚지 않는가?",
(여기서 사회자가 라세티 디젤 차에 관한 질문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라세티의 유럽 주력 수출 시장 중 하나가 러시아인데 러시아도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라세티의 러시아 수출도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일반직도 임금을 삭감한다는데 자세하게 알려달라.", "올해 판매 목표, 미국 수출 여부, 유럽 현지 생산 여부를 알려달라.", 수출대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데 사실인가?"
이처럼 매우 날카로운 질문들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답변은 예상했던대로 무디기 그지 없었습니다. 애매모호하고 본질을 벗어난 원론적인 답변이었다는 얘기죠. 워낙 모호한 답변이라 제가 여기 적게되면 또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것 같아서 답변은 생략합니다. 모든 답변의 결론은 "GM대우는 잘 굴러가고 있고, 품질 좋은 차를 내놓아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로 요약됩니다.
1.4 터보 생산 계획, 6단 변속기의 허용 입출력 토크 등 차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답변은 회사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수박 겉핥기 수준에서 끝났습니다. Q&A가 끝나고 제이 쿠니 부사장이 속이 상했는지 한마디 하더군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면서 메이커 쪽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듣기를 바라느냐, (기자들이)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하면 회사에 피해가 간다, 뭐 대충 이런 취지였습니다. 또 하나, 통역이 중간에 GM대우 재무 파트를 지식경제부로 잘못 해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원을 약속한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는데 회사 내부 지원과 정부 지원은 중요성에 있어서 하늘과 땅 차이죠. 딜러 통합 문제도 미국내 상황이 우리 상황처럼 얘기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Q&A가 끝나고 GM대우 관계자가 잘못된 점을 다시 알려 주어서 '대박 기사'가 날 뻔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기사를 만들기 위해 날카롭게 파고 들어야 하는 매체의 입장과 무턱대고 까놓고 얘기할 수만은 없는 메이커.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율하느냐의 문제인거 같습니다.
프레스 컨퍼런스가 끝나고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마친 후 시승이 시작되었습니다. 2인 1조가 되어서 약 24km에 이르는 구간을 달렸는데요, 한사람당 12km 정도 탄거니까 시승이라기 보다는 동네 한바퀴 돌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 추가 시승도 부두 앞 도로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걸로 끝났습니다.
라세티 디젤은 2.0리터 엔진을 얹고 있는데 수동이 연비가 리터당 19km, 자동이 15km로 모두 1등급을 받았습니다.
2.0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4000rpm이고,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32.6kg·m입니다. 휘발유 1.6리터 모델이 힘이 좀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는데 디젤 모델은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 듯 합니다. 변속기는 수동이 5단, 자동이 6단 입니다. 잠깐 밖에 타지 못해서 상세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디젤의 파워를 느끼며 무난하게 탈 수 있고, 한계에 다가설수록 허점이 드러난다 쪽으로 결론이 모아집니다. 자동보다는 수동이 훨씬 낫다는 게 대다수의 평입니다. 시승기를 통해서 보다 상세한 시승 느낌을 전달해 드려야 하는데, 시승차를 돌릴지 안돌릴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실내는 휘발유 모델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준중형 차 중에서는 가장 화려하고 짜임새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디젤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음 진동은 통상적인 국산 디젤 수준입니다. GM대우 예전 디젤 모델들보다는 소음 진동이 훨씬 많이 감소 했습니다.
당일치기 행사라 오고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정작 본행사는 후다닥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사실 하루 일정 행사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힘듭니다. 막말로 사진 한장 건지러 가는 경우도 있고요. GM대우도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처음에 라세티 디젤은 시승차 계획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시승 요청이 많아지면서 한 대 뽑아서 돌리겠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행사로까지 커졌습니다. 이왕에 하는 거면 보다 많이 노출시켜야 하고, 요즘 같이 어려운 때에 비용은 한정되어 있을테고. 이래저래 규모와 일정 짜는데 고민 많이한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띄더군요. 어찌 되었건 행사를 보고 오니 이왕에 수출 되는거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