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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행복한 관계를 위한 부탁과 거절

최창호 2013. 9. 25. 16:08

 

 

 

 

 

 

 

 

 

남들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능력과 시간, 여건이 된다면야 무슨 문제겠는가? 오히려 주변사람들로부터 괜찮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일도 못하면서 남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남의 부탁을 들어준다고 했으면 적어도 제때에 제대로 들어줘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면? 남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처음에는 ‘친절하다’, ‘착하다’, ‘참 괜찮다’는 말이 들리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책임하다’, ‘우유부단하다’, ‘참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을 다잡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도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법도 한데, 또 다시 누군가가 부탁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한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

 

먼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들은 경우가 많다. 사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무조건 순종할 것을 강조한다. 부모입장에서는 말을 잘 듣는 아이가 키우기 편하다. 심부름도 잘하고, 형제와 싸우지 않으며, 학교에서도 교사와 친구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당연한 마음이다. 그런데 아이가 착해야 한다는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아이를 비난하거나 사랑을 철회하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전부다. 따라서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착해지는 전략, 아니 겉으로라도 착한 척 하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위해 ‘착한 아이’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무관하게 남들의 부탁을 거절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개인주의는 ‘우리’보다는 ‘나’, 집단주의는 ‘나’보다는 ‘우리’를 중시한다. 한국은 전형적인 집단주의 문화로 자신의 아내를 소개할 때 “내 아내(my wife)”라고 하지 않고 “우리 아내”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다. 문화의 차이는 단지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자아 개념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마커스(Hazel R. Markus)는 독립적 자아(independent self)와 상호의존적 자아(interdependent self)로 두 문화권의 자아개념을 구분했다. 독립적 자아를 가지면 자기 자신의 내면의 욕구에 충실하지만, 상호의존적 자아일 경우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을 쉽게 희생한다. 특히 직장이나 학교처럼 타인의 평가가 중요한 환경에서, 뒷담화의 대상이 되어 보았거나 따돌림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무리하게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다.

 

마지막 이유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확신, 즉 자만심 때문이다. 누군가 부탁을 했을 때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다 생각하면 거절하는 것이 상식이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부탁하는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거절해야 한다. 그러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탁받은 일을 잘 해낸다면 실제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겠지만 자신의 일도, 부탁받은 일도 제대로 못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과대지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탁, 거절할까? 들어줄까?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입장과 상황,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자.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자신이 해도 되는 일인지 아닌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거나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되고, 시간이 촉박하다면 거절해야 한다.

 

그 다음은 부탁을 하는 상대방을 파악하자. 왜 자신에게 이런 부탁하는지 그 의도를 알 필요가 있다. 정말 자기가 바쁘거나 능력이 안 돼서 부탁을 하는지, 아니면 단지 일이 귀찮거나 휴식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아니면 내 업무처리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인지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상황이 불가피하다면 부탁을 들어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거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당한 타인의 평가에 어느 정도 둔감해 질 필요가 있다. 자기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받게 되는 정당한 평가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귀를 기울이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없어서 타인의 부탁을 거절함으로 겪게 되는 타인의 불평이나 비난의 눈초리는 부당하다. 때로는 이런 부당한 평가에 주변 사람들까지 영향을 받아 ‘이상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으로 찍힐 수도 있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그 평가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안다. 열에 하나가 두려워서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느라 자신의 일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면, 당신은 열에 열로 ‘이상한 사람’, ‘무책임한 사람’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잊지 말아야 할 것

 

부탁을 잘 들어주고, 착하게 대해줘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늘 이런 모습이라면 ‘원래 부탁을 잘 들어주는 사람’, 즉 호구(虎口)로 인식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아무도 고마워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탁을 들어주고도 욕을 먹는다.

 

어차피 먹을 욕이라면 차라리 부탁을 거절하면서 듣는 편이 낫다. 부탁을 거절하면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확보된다. 그래서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낸다면, 주변의 부정적 평가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평소에는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다가 능력과 여유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의 부탁을 멋지게 들어주자. 그러면 당신은 정말 멋있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될지, 그리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행복하게 만들지 불행하게 만들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글 /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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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건강보험 블로그「건강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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