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독일에서 45년 동안 현직 교사로 근무한 스테판 선생님에게
들어보는 독일교육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45년 동안 김나지움(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라틴어와 스포츠,
지리를 강의 했고,
정년퇴직을 한 후 지금까지 예전에 근무하던 김나지움에서 시간제
강사로 라틴어 수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스테판 선생님에 관해서는
‘교사경력 45년, 노선생님이 본 독일교육’이라는 글에서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자식을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배불리 먹여주고 따뜻하게 입혀주기만 하면 끝난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겠지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문제입니다. 이 세상에 가장 불행한 인간은 메마른 어머니에게서 자라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다음에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했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애틋한 희생과 따뜻한 사랑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빈 가슴을 않고 살아야 할까요? 자식은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입니다. 아무리 좋은 옷에 좋은 음식에 물질적으로 모든 것을 갖추어준다 하더라도 영혼을 살찌울 수 있는 사랑과 내 심장이라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이 없는 어머니라면 자식에게는 이미 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스스로는 내 아이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랑이 잘못되어 자식을 병들게 하고 미래를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리석고 완벽하지 못한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오류이지요. 지난번 스테판 선생님과의 만남에서는 45년 교사생활을 통해 경험한 잘못된 자식교육의 사례를 듣고자 했습니다.
부모의 잘못된 교육으로 학교에서 문제아가 된 예를 들려달라고 하자,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아펜리베!”였습니다. 독일에는 아펜리베(Affenliebe)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숭이 사랑’이라는 뜻이지요.
항상 새끼를 등에 둘러메고 다니면서 이 잡아 주고, 핥아 주고 하는 원숭이와 같은 자식 사랑을 말합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잘못된 사랑을 표현할 때 쓰는 부정적인 말이지요. 이날 스테판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는 부모라는 이름의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인생을 먼저 산 선배의 진지한 충고였습니다. 내가 특별히 뱀 발을 붙이기보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 아래 정리해 보았습니다.
“
자립심을 키워주는 일은 자식교육 중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자식을 독립적 인간이 아닌 영원히 부모에게 의지한
종속적 삶을 살게 하는 잘못된 교육은 바로 원숭이 사랑으로부터 시작 됩니다. 원숭이 사랑은 어떤 방면으로든 언젠가는 그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치밀하게 한 원숭이 사랑은 뒤늦게 발견되고 엉성하게 내리 부은 원숭이 사랑은 일찌감치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게
마련이지요.
학교이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성적을 예로 들면, 김나지움 첫 학년인 5,6학년에 가서 갑자기 학교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부모들과 상담을 하면 초등학교 때는 항상 반에서 손꼽힐 정도로 잘하던 아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은근히 ‘교사의 수업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만 섞인 뉘앙스로 이야기 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어 보면 대부분 초등학교 때 숙제부터 시작해서 시험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세심하게 관여했던 부모들입니다. 정작 공부하는 당사자인 아이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전혀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엄마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준 것이지요.
그러다가 김나지움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점점 자의식이 싹터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려 하고 엄마도 더 이상 아이 공부를 봐주기는 버거운 경우도 많지요. 이미 엄마 없이는 생명력이 없는 아이는 점점 공부가 힘들어지고 마침내는 완전히 흥미를 잃어 구제불능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또 한 경우는 좀 배웠다는 중산층 이상의 부모들입니다. 똑 같은 원숭이 사랑이라도 좀 더 지능적이지요. 이런 경우에는 김나지움 저학년 동안은 계속해서 초등학교의 성적을 이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들면 또다시 바로 드러납니다. 머리는 자유를 원하지만 부모의 도움에 길들여져 어떻게 자유와 책임을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게 되는 것이지요. 두 경우 모두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부모, 특히 그 중에서도 자식에게 엄마의 역할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몫입니다. ‘없느니만 못한 부모’라는 말이 있습니다. 차라리 고아라면 스스로 갈 길을 찾게 되고 독립적으로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뒤에서 떡 버티고 자신이 시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어머니, 끝내 그 아이의 미래를 망치고 마는 것이지요.
어떤 어머니는 초등학교 때 아이들의 친구관계까지 관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모범적인 집안의 아이들과 친분을 맺게 하려고 하지요. 아이의 감정에는 관심도 없이 그것만이 자기 자식의 미래를 위해 옳은 방법이라고 믿고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장 어리석은 부모지요. 이렇게 자란 사람은 후에 성인이 되어도 스스로 서기 힘들어 합니다. 툭하면 부모에게 손 벌리고, 배후자에게 의지하려 하고, 결국은 주변사람들을 모두 불행하게 만들고야 마는 것이지요.
내가 짧지 않은 세월 교사생활을 하는 동안 원숭이 사랑을 쏟아 부은 부모의 자식이 잘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랑이 영혼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아니라 독이 된 것이지요.
부모는 자식의 할 일을 하나하나 챙겨주며 이리가라 저리가라 방향까지 정해주는 역할이 아니라, 뒤에서 지켜보며 힘들어 할 때 함께 이야기 해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줄 수 있다는 믿음의 거리에 서 있는 것이 가장 올바른 위치입니다. 놀이터에서 정신없이 놀던 아이가 친구들이 모두 돌아가고 어스름 해가지면 슬며시 집이 그립고 어머니가 생각나듯이, 어머니는 그런 존재여야 합니다. 놀이터를 점령하고 친구들까지 줄을 세우는 어머니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 추신 : 아래 댓글을 보니 한국과 독일 교육에서의 차이를 이 글에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은 평범한 아이들은 대부분 학원과 과외 등의 사교육을 받지 않습니다. 학교 이외에는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없다는 이야기지요. 때문에 한국 보다는 독일이 자립적인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차이가 더 뚜렷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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